0
"많은 청년들이 국내에서 훌륭한 창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지만, 내수용만으론 한계가 큽니다. 규모가 훨씬 더 큰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는 자세를 가지고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글로벌 마케팅을 배우는 게 필수죠"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김태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단장은 "최근 우리나라 창업 기업 중에선 네이버, 카카오 이후 큰 성공사례가 부족하다"며 "미국과 중국을 이기는 인공지능(AI)을 목표로 우리나라의 뛰어난 제조, IT기술을 활용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율주행차나 핀테크 등 공학분야 집중 투자하는 것과 같이 기술기반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을 잘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대 캠퍼스타운 입주기업 중에는 65세 이상 노인 요양서비스 운영 IT솔루션 업체 `한국시니어연구소`, 몰래카메라 탐지 서비스 업체 `에스프레스토`, 환자를 위한 특수식 헬스케어 서비스 `잇마플` 등 AI·빅데이터·바이오 관련 기술 창업 기업이 많다. 서울대는 지난해부터 관악구와 함께 낙성대동과 대학동 캠퍼스타운을 조성해 창업기업들을 육성하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있다. 김 단장은 "현재 32개 입주 기업을 올해 안으로 총 40개까지 유치해 운영할 계획"이라며 "10년 안에 글로벌 성장잠재력을 가진 서울대 캠타 출신 유니콘 기업 10곳 배출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창업을 통해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2학기 `지역연계수업`의 일환으로 벤처경영학과·농경제사회학부·디자인학부·지리학과 등 4개 수업을 정규교과로 운영해 총 87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지역연계수업으로 수강생들이 직접 기업·지자체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창업 입지를 분석하고 창업 아이템을 개발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공공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담당한 이장섭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많은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의 대담한 시도들을 필요로 한다"며 "대학의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역동적인 교육과정으로 기능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 단장은 이처럼 대학 내에서 작은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 점차 전국구 단위로 확장해나가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창업 생태계란 가치 있는 신생기업들이 외부 도움 없이 발전하며 선순환을 이루는 시스템"이라며 "옛날식 산업단지가 선순환을 이루는 창업 생태계를 갖춰야 우리나라 청년 창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구로디지털단지와 같은 클러스터(산업단지)는 구조가 경직돼 있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없다"며 "지방자치단체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거점 산업단지를 유치하려 싸우기보단 대학 내 사업단에서부터 작은 생태계 선순환을 만들어 서울시, 전국 단위로 이를 확장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창업의 기반이 되는 요소로 인재, 기술, 자본, 시장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김 단장은 "우리나라는 이 네 가지 창업 가치사슬이 연결되지 않고 단절된 상황"이라며 "시장 규모가 커지게 되면 그에 따라 투입되는 자본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와 반대되는 정책 등으로 시장을 거스르려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창업 기업의 성장을 위한 대기업의 역할도 주문했다. 김 단장은 "창업 청년들이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배우기 위해선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지원과 투자도 함께 확대돼야 한다"며 "대기업에서도 중소기업 기술을 정당하게 인수·합병(M&A)해 흡수하는 등 윤리의식을 갖춘 협업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 직장인이 잠시 휴직하고 창업에 도전한 후에도 회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창업 장기휴직`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원문 :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1/02/126692/